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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가든 루트

sdsaram 0 5777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을 이유는 다양하다. 도시는 생각보다 한 뼘 더 세련되고, 자연은 짐작보다 한결 더 웅혼하며, 와인은 예상보다 한층 더 웅숭깊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존재가 있으니 바로 남아공 남단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가든 루트다.

1 볼더스 비치의 아프리카 펭귄
2 케이프타운의 '15 온 오렌지' 호텔
3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과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는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론트.
4 테이블 마운틴에서 굽어본 해안가 풍경


남아공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감탄해 마지않는 이 나라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가 바로 가든 루트다. 넓게 잡으면 케이프타운(Cape Town)에서 비롯해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의미하고, 좁게 잡으면 모슬 베이(Mossel Bay)에서 시작해 치치캄마(Tsitsikamma) 국립공원에 다다르는 약 180km의 길이다. 주요 도시로는 조지(George), 나이즈나(Knysna), 플레턴버그 베이(Plettenberg Bay) 등이 꼽힌다. 남아공 남단의 내륙과 해안을 가로지르는 환상의 길에는 반사막과 모래언덕, 동굴과 바다 등 남아공의 모든 자연이 갈마든다. 어느 시인은 "절경은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고 노래했지만 가든 루트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삼위일체의 풍경이다.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최고의 관광도시인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젊음의 거리 롱 스트리트와 항구를 상업 지역으로 활성화시킨 워터프론트는 케이프타운이 왜 '아프리카 속 유럽'으로 일컬어지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상점과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들의 차림차림이 확연히 유럽풍이었다. 하지만 케이프타운의 압도적인 상징은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자연 전망대' 테이블 마운틴이었다. 케이블카에 의지해 정상에 올랐더니 산과 바다와 도시가 그려내는 장쾌한 풍경화가 발아래 펼쳐졌다. 시도 때도 없이 끼는 안개가 시선이 멀리 뻗어나가는 것을 방해했지만 안개에 싸인 모습조차 매혹적이었다. 문득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1 온갖 종류의 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버즈 오브 에덴.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나무로 된 보도가 잘 정비돼 있다.
2 부펠스드리프트의 게임 드라이브 도중 마주 친 두 마리의 기린. 저녁 식사 중이다.
3 레인저가 이끄는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야생의 동물을 만나는 게임 드라이브.
4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오츠후른의 캉고 동굴. 종유석과 석순의 모습이 기기묘묘하다.


야생의 세계에 들어서다
테이블 마운틴이 케이프타운 안쪽에서 도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라면, 도시 외곽에서 가장 우뚝한 존재는 역시 희망봉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려야 닿는데, 찾아가는 도중 마주친 풍광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특히 대서양을 허리에 두른 채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채프먼스 픽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는 환상의 도로였다. 채프먼스 픽 드라이브의 한 기점인 하웃 베이(Hout Bay)의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페리에 승선했다. 15분간의 짧은 항해는 자그마한 바위섬을 만나게 해주었는데, 그 섬을 뒤덮고 있는 것들은 물개였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물개들이 섬과 바다를 오가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다시 차를 몰아 희망봉에 들어섰다. 경치도 빼어났지만 아프리카 최남서단이라는 지리적 의미가 각별했다. 육지의 끝 부분을 찾은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희망봉이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해발 238m의 케이프 포인트까지는 경사면에 깔린 레일을 타고 오르는 푸니쿨라를 이용했다. 등대가 있는 정상에서 차 한잔 마실 시간 동안 대륙의 끝을 둘러싼 두 개의 호호막막한 바다, 즉 인도양과 대서양이 몸을 섞는 모습을 감상했다.

이제 본격적인 가든 루트 탐험에 나설 차례. 오츠후른(Oudtshoorn)은 많은 사람들이 가든 루트 여행을 시작하면서 빼놓지 않고 들르는 도시다. 모슬 베이에서 가까운데다 그 어느 곳보다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매력적인 프로그램은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야생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게임 드라이브다. 여기서 게임은 차량을 타고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사파리를 지칭한다. 햇살의 기세가 한풀 꺾일 무렵, 가든 루트 가이드인 하니키 씨가 텐트 밖으로 불러냈다. 로지의 코끼리들과 인사를 나누자고 했다. 직접 먹이를 주어가며 코끼리와의 스킨십을 즐기는 동안 태양의 고도는 한층 더 낮아졌다. 승마 사파리에 참가했던 일군의 사람들이 숙소로 귀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태운 사륜구동 차량은 로지 입구에서 벌써 대기 중이었다. 사파리 레인저 하노 씨가 운전석에 앉자 이내 육중한 지프가 출렁거렸다. 드디어 게임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이었다. 젊은 레인저 하노 씨는 분주했다. 굴곡진 흙길과 기울어진 비탈면을 헤치며 나아가는 와중에도 남아공의 자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았다. 그의 남다른 시력과 청력이 가젤, 기린, 코뿔소 등의 급작스런 출현을 포획해냈다. 남아공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 '빅 5', 그러니까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펄로를 죄다 만날 수는 없었지만 몇몇 동물과의 조우만으로도 야생의 생명력이 물씬 전해졌다. 코뿔소가 길을 가로막고 차량과 대치를 벌이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게임 드라이브 도중 스와트버그산의 개활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노 씨가 준비해온 맥주로 목을 축이며 드넓은 평야와 봉긋하게 솟은 구릉과 면면한 산맥이 만들어내는 기함(起陷)의 풍경을 마음속에 들여놓았다.

1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과 토산품 등을 판매하는 케이프타운의 노천 시장.
2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 마운틴. 전망대에 서면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3 남아공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프랜치훅의 라 레지던스.


길 위에 펼쳐진 다채로운 풍경들
부펠스드리프트 게임 로지가 있는 오츠후른은 '타조의 수도'로 불리는 고장이다. 무려 450여 개의 타조 농장이 있다. 몇 해 전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지역 경제에서 타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부펠스 드리프트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캉고 타조 농장(Cango Ostrich Show Farm)을 방문했다. 아낌없이 주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타조였다. 깃털은 장식품의 재료로, 가죽은 지갑이나 핸드백의 소재로, 고기는 일용할 양식이나 별식으로 활용되며 타조의 끝없는 헌신을 확인시켜주었다. 달걀 22개의 크기와 맞먹는다는 타조 알은 220kg의 무게를 지탱하는 괴력을 자랑했다.

오츠후른에는 '캉고'라는 글자가 들어간 또 다른 명소들이 있다. 하나는 캉고 와일드라이프 랜치(Cango Wildlife Ranch)이고, 또 다른 하나는 캉고 동굴(Cango Caves)이다. 전자는 남아공의 다양한 동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으로, 사람이 쇠창살로 된 케이지를 타고 물속으로 내려가 악어를 코앞에서 대면하는 '악어와의 다이빙'이 이채로웠다. 캉고 동굴에서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가이드 스티브 씨를 앞세웠다. 장구한 시간이 스며들어 젖어 있는 동굴의 내부는 지하 세계의 위엄을 한껏 드러냈다. 늘 그렇듯이 시간의 힘은 불가사의하고, 자연의 섭리 또한 미루어 헤아릴 수가 없다.

가든 루트의 남은 길들을 다시 한 땀 한 땀 기워 나갔다. 자동차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아갔다. 천연의 만을 끼고 있는 나이즈나에서는 바다의 흐름과 바람의 결을 가르는 요트에 몸을 맡겼다. 고래가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했지만 궂은 날씨 탓인지 혹은 운이 없어서인지 고래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에는 플레턴버그 베이의 해변에 닿았다. 마침 웨일 워칭 보트가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빠듯한 일정 때문에 보트의 '입항'을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자리를 옮겨 멍키랜드(Monkeyland)와 버즈 오브 에덴 (Birds of Eden)의 문을 두드렸다. 두 곳은 말 그대로 원숭이의 땅, 새들의 낙원이었다. 가든 루트가 종내 몸을 푸는 치치캄마 국립공원은 울창한 숲과 광활한 해변을 함께 거느리고 있었다. 트레킹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모래사장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오르고 출렁 다리를 건너며 평화로운 오후를 만끽했다. 들숨에 삼킨 남아공의 대자연이 몸속에서 끊임없이 펄럭였다.

1 남아공의 다양한 인종을 상징하는 벽화.
2 케이프타운의 골드 레스토랑에서 남아공의 전통 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
3 스톰스 리버 빌리지의 엘비스 레스토랑. 이곳을 운영하는 부부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릴린 먼로의 열렬한 팬이다.
4 노예들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슬레이브 로지.
5 캉고 타조 농장의 레스토랑.


-how to get there
일단 홍콩까지 간 다음, 남아프리카항공을 이용해 요하네스버그로 들어간다. 비행시간 13시간 10분. 공항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프리토리아로 이동, 블루 트레인을 타고 케이프타운까지 간다. 물론 요하네스버그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바로 차량을 렌트한 다음, 가든 루트 탐험을 시작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또 다른 기점 도시인 조지로 이동할 수도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조지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50분.


- blue train
블루 트레인(www.bluetrain.co.za)은 남아공의 로보스 레일과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그리고 인도의 팰리스 온 힐과 더불어 열차계의 '판타스틱 4'로 불린다.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케이프타운을 종점으로 삼는 하행선은 킴벌리(Kimberley)에서, 프리토리아가 종착역이 되는 상행선은 마티에스폰테인(Matjiesfontein)에서 정차한다. 열차가 중간 기착지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해당 도시에서는 승객들을 위한 짧은 투어가 진행된다.


- winery tour
케이프타운 외곽에는 와이너리들이 산재한다. 와인의 품질도 준수하고, 건물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풍경 또한 탐스럽다. 스텔렌보시의 니들링호프(Neethlingshof)와 프랜치훅의 오트 카브리에르(Haute Cabriere)를 추천할 만하다. 토착 품종인 피노타지 와인을 맛볼 것.


- accommodation
케이프타운 인근의 라 레지던스(www.laresidence.co.za)는 11개의 객실이 모두 스위트 룸이며, 각각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갖고 있다. 오츠후른의 부펠스드리프트 게임 로지(www.buffelsdrift.com)에서는 게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치치캄마의 사랑스런 작은 마을 스톰스리버 빌리지에서는 치치캄마 빌리지 인(www.tsitsikammahotel.co.za)이 좋은 대안이다. 콜로니얼 양식의 건물에 총 4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글&사진: 노중훈(프리랜스 여행작가)
에디터: 송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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